Tuesday, May 15, 2012

Poem :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삶도 사랑도 물들어가는 것
                          - 이석희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븐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
내가 그곳에 가면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 
온전히 나를 말리며
풀벌레 소리에
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간다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
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오늘 서점에 들렀다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서문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내가 기다리는 누군가의 글 또한 빨리 보고 싶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그리는 일 -  작가의 서문 (이석희)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지
가끔은 혼돈의 세계에서 갈등하는
내 영혼에게 맑은 물꼬를 터주는 일이고
한없이 좁아진 내 마음에 때를 벗겨내어
빠른 피돌기를 도와주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허물어져가는 내 모습에 충격을 가하여
냉정한 이성을 일깨우고
피폐해진 내 정신에 윤활유를 부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는 주는 것이며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세상
인간의 감성이 사치처럼 취급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점차 사라지는 순수를 동경하고 진실을 사랑하며
진정 변하고 사리지는 것들
순환하는 모든 것들을
아름다움으로 추억하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고
                     ...

그래도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순수한 것이며 가장 인간적인 것이기에
어떤 색채를 써도 맑고 아름다운 그런 그림
그 틈새에서 자라나는 모든 느낌 그대로 진실하고 솔직하게

나름대로 내 감성에 충실하며
냉철한 변별력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이 바람과 함께 호흡하고
내 가슴이 햇쌀과 함께 따듯해
내 삶이 더 밝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으니

내가 글을 쓰고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내게 유일하게 누리게 할 수 있는 사치가 아니겠는가"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거다"
                    - 누가 그랬다 중




                       

No comments:

Post a Comment